2022년에 발표한 김영하의 SF소설 <작별 인사> 줄거리
‘작별인사’라는 제목은 일상적인 드라마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는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로봇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둘러싼 인간 탐구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작별인사’의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철이는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휴먼매터스랩이라는 완벽에 가까운 안전한 공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무료하고 갑갑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 날 갑자기 로봇 수용소에 끌려가게 됩니다. 아버지가 일종의 멸균 상태로 철이를 보호했던 ‘안’과는 전혀 다른 ‘바깥’이라는 면역이 없는 세계에 느닷없이 노출된 철이는 혼란을 겪습니다.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과 달리, 아버지의 연구로 탄생한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구현한 로봇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날 것 그대로인 ‘바깥’ 세계에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빠지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친구들을 만나 따뜻한 우정을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선이’는 진짜 인간이지만, 가슴 깊이 슬픔을 안고 있었는데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인간의 배아를 복제해 만든 복제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직 의식으로만 존재하게 된 철이는 불안전한 휴머노이드의 몸으로 헤어졌던 선이를 찾아갑니다. 의식을 백업하면 영원히 존재할 수 있지만 철이는 이를 거부하고 몸이 죽으면 의식도 함께 사라지는 길을 선택합니다. 사랑하는 선이가 늙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함께 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김영하 작가가 들려주는 인간과 로봇의 미래
‘작별인사’를 쓴 작가 김영하는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엘리비에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직 두 사람’, ‘빛의 제국’, ‘퀴즈쇼’, ‘검은 꽃’ 등 많은 소설집을 집필했고, 독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작별인사’는 김영하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죽음’에 대한 윤리학적 측면을 더 많이 공부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가까이서 경험하고 인간의 취약함을 생각하게 된 때 그 역시 과연 태어나는 것은 옳으냐, 만약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또 삶에서는 고통을 피할 수 없는데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삶을 지속해야 하느냐에 대한 것들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별인사’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 소년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작별인사> 감상평
소설 ‘작별인사’에서는 등장인물들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명제를 두고 논쟁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태어남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변증법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질문과 생각을 던집니다. 더구나 인공지능 AI가 고도로 빠르게 발달하는 현 시점에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