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의 감동을 그대로. 영화 및 각본의 줄거리
2022년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잘 버무려진 영화입니다.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장편영화로,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공동 작업했습니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각본은 영화 편집본에서 삭제된 부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시나리오 원본으로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가 훨씬 더 풍부합니다. 그 줄거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형사 해준이 담당하게 됩니다. 시체 검안실에서 처음 마주친 사망자 아내 서래는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깁니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그녀를 용의 선상에 올립니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그녀에 대한 의심과 관심이 자라납니다. 심한 갈등으로 괴로운 해준은 서래에게 유일한 증거물은 핸드폰을 아무도 못 찾도록 버리라고 말하고 그녀를 떠나갑니다. 그 후, 서래는 해준과 헤어질 결심으로 새 남편을 찾아 결혼합니다. 하지만 서래의 남편이 사망하게 되면서 서래는 또다시 의심을 받게 되고, 해준과 재회하게 됩니다. 서래를 의심한 해준은 예전처럼 그녀를 대할 수가 없고, 서래 또한 그런 해준을 서글프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서래는 남편을 죽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해준과의 불륜 사실과 관련한 비밀을 안고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집니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깊은 바닷속에 결정적 증거인 자신을 파묻어 버린 것입니다. 해준이 서래 바로 위에서 그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각본 또한 ‘해지는 바다에 내려앉은 안개가 해준의 뒷모습을 감싼다’는 마지막 문장으로 끝이 납니다.
함께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
<공동경비구역 JSA>의 감독을 맡으며 대중에게 알려진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거장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는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부터 <박쥐>, <아가씨> 그리고 <헤어질 결심> 등을 정서경 작가와 공동 집필했습니다. 모니터 한 대에 키보드 두 개를 연결한 후, 두 사람이 번갈아 입력하는 방식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의 만남 전후로 자신의 영화 경력 전체가 나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다면서 자신 영화에 들어있는 여성성, 천진함, 동화적인 아름다움, 설렘, 쓸데없는 공상 등의 것들은 모두 정서경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 각본을 봐야하는 이유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공동 집필한 <헤어질 결심> 각본은 선주문만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출간 즉시 서점 판매 순위 정상을 접수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의 감동을 글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 하고, 영상과 시나리오가 어떻게 다른 지도 궁금해합니다. 하나의 예로, 영화는 해준의 형사 생활과 일상을 보여주다가 추락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지만, 각본에서는 형사들이 산악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추락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모습이 바로 펼쳐집니다. 그 외에도 각본은 장면 묘사를 상세히 풀어내기 때문에 영상으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까지 설명해 줄 수 있고, 인물들의 심리를 파악하는데도 더 도움이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의 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보였는데, 각본을 읽어보니 서로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 각본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